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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님 걸인을 돕는 도깨비 - 세상에 숨은 선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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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스크립션

    조선 숙종 시대, 눈 먼 거지 만복은 매일 밤 찾아오는 정체불명의 손님 덕에 굶주림을 면했다. 밤마다 따뜻한 식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만복이 미쳤다고 수군댔다. 어느 날 관가의 역졸들에게 위험에 처한 만복, 그를 구한 손님의 진짜 정체는? 세상에 숨어 선행을 베푸는 도깨비의 감동적인 이야기.

    후킹멘트

    "다음 편에서는 도깨비와 만복 사이에 엮인 전생의 인연이 공개됩니다. 500년 전 고려 말, 두 사람이 나눈 맹세와 그 결과로 이어진 운명의 재회까지. 또한 만복이 도깨비의 도움으로 얻게 된 특별한 능력과 그가 마을에서 겪게 되는 놀라운 반전까지! 도깨비는 왜 하필 만복을 돕기로 했을까요? 그들의 인연과 결말이 담긴 하편을 기대해주세요."

    ※ 장님 걸인 만복이 길가에서 구걸하며 살아가는 모습과 그를 바라보는 마을 사람들의 시선

    조선 숙종 시대, 충청도 공주 어느 작은 마을. 길가의 고목나무 아래에는 매일 같은 자리를 지키는 사람이 있었다. 청각만큼은 누구보다 예민한 장님 걸인 만복이었다. 그는 나이가 사십을 넘었지만, 홀로 살아가는 외로운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지나가는 길손님, 가련한 장님에게 동냥 한 푼 베풀어주시오."

    만복의 목소리는 낮고 구슬펐다. 요즘처럼 흉년이 든 때에는 동냥은커녕 마을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만 느껴질 뿐이었다.

    "저기 보게, 오늘도 만복이가 자리를 지키고 있네."

    "흉년에 장정들도 끼니 걱정하는데, 누가 그에게 쌀을 내주겠나. 참 인생이 서글프지."

    지나가는 사람들의 대화가 만복의 귀에 들렸지만, 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 미소를 지었다. 비록 눈은 보이지 않았지만, 만복의 마음의 눈은 세상의 그 누구보다 맑고 긍정적이었다.

    오후가 되자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모두 처마 밑으로 달려갔지만, 만복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고목나무 아래로 옮겨앉았다. 나뭇잎 사이로 빗방울이 떨어졌지만, 그것마저도 감사함으로 받아들였다.

    "비 내리는 소리가 참 아름답구나. 오늘 밤은 달님이 뜨지 않겠지."

    만복은 혼잣말을 했다. 그가 비를 맞으며 웃고 있는 모습을 본 마을 사람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저 사람, 정신이 온전치 않은 게 분명해."

    "장님에 거지에 미치기까지 했으니, 인생의 마지막 모습이구나."

    그러나 만복의 귀에는 그들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아니, 들리지만 마음에 담지 않았다. 그에게는 이미 위로가 되는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해가 저물고 마을이 어둠에 잠겼을 때, 만복은 천천히 자신의 작은 움막으로 향했다. 그의 움막은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언덕 위에 있었다. 지팡이를 짚으며 천천히 걸어가는 만복의 얼굴에는 기대감이 서려 있었다.

    "오늘도 오시려나... 오신다면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실까?"

    만복은 마을 사람들이 모르는 비밀이 있었다. 3년 전부터 매일 밤, 그의 움막에는 정체불명의 손님이 찾아왔다. 그 손님은 따뜻한 음식을 가져다주고, 세상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눈이 보이지 않는 만복에게 그 손님은 세상을 보여주는 창문 같은 존재였다.

    "만복 어르신, 여기 기다리고 계셨군요."

    언덕을 오르던 만복의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만복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아이고, 손님! 오셨군요. 오늘도 이 만복을 찾아주시니 감사합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보이지 않았지만, 만복은 그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지팡이를 짚으며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걸어갔다.

    "비를 맞으셨네요. 어서 움막으로 들어가시지요. 오늘은 제가 특별한 음식을 가져왔습니다."

    만복은 고개를 끄덕이며 익숙한 걸음으로 자신의 움막을 향해 나아갔다. 그의 뒤를 따르는 그림자는 인간의 것이라고 하기엔 이상하게 길었고, 달빛에 비친 그 모습은 마치 뿔이 난 것처럼 보였다.

    ※ 밤마다 찾아오는 정체불명의 손님과 만복의 대화, 따뜻한 식사를 나누는 장면

    만복의 움막은 작고 초라했지만, 언제나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그는 눈이 보이지 않았지만, 자신의 공간만큼은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움막 안으로 들어간 만복은 가운데 놓인 낮은 상 앞에 자리를 잡았다.

    "손님, 어서 들어오세요. 오늘은 바람이 차니 문을 닫겠습니다."

    만복의 말에 문이 저절로 닫히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방 안에 누군가 앉는 기척이 느껴졌다. 묘하게도 그 자리에 앉은 존재는 보이지 않았지만, 낮은 상 위에는 따뜻한 음식이 담긴 그릇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오늘은 산에서 잡은 토끼로 끓인 국과 농가에서 얻은 쌀밥입니다. 어서 드세요."

    목소리의 주인은 보이지 않았지만, 음식의 향기는 진짜였다. 만복은 눈이 보이지 않아도 냄새만으로 국의 위치를 정확히 찾아 수저를 들었다.

    "손님, 매일 이렇게 음식을 가져다주시니 어찌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제가 무슨 복이 있어 이런 대접을 받는지요."

    만복은 국을 한 숟가락 떠먹으며 물었다. 방 안에 고요한 침묵이 흘렀다가, 따뜻하면서도 약간은 거친 목소리가 들렸다.

    "세상에는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많습니다. 어르신의 마음씨가 좋아 제가 찾아오는 것뿐입니다."

    만복은 미소를 지었다. 3년간 이 손님은 매일 밤 찾아왔지만, 자신이 누구인지 정확히 밝힌 적은 없었다. 만복도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정체가 아니라 그 따뜻한 마음씨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늘 마을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습니까?"

    손님의 질문에 만복은 천천히 밥을 먹으며 대답했다.

    "별일은 없었지요. 다만 흉년이 심해 사람들의 마음이 각박해진 것 같습니다. 오늘도 동냥을 주는 이가 거의 없었지요."

    "마음이 어렵다고 다른 이의 어려움을 외면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입니다."

    손님의 목소리에 분노가 스쳤다. 그것을 느낀 만복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사람들도 다 살기 힘드니까요. 저는 손님 덕분에 굶지 않으니 감사할 뿐입니다."

    방 안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때 갑자기 바람소리가 들렸고, 촛불이 흔들렸다. 만복은 그것을 보지 못했지만, 공기의 흐름을 느낄 수 있었다.

    "손님, 괜찮으신가요?"

    "... 미안합니다. 제가 조금 감정이 앞섰네요."

    손님의 목소리가 다시 차분해졌다. 이어서 그는 만복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멀리 한양에서 있었던 일, 바다 건너 외국의 모습, 산속 깊은 곳에 사는 동물들의 이야기까지. 만복은 마치 그곳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상상하며 즐거워했다.

    "손님은 정말 많은 곳을 다녀보셨군요. 저도 눈이 보였다면 그런 곳들을 한번 가보고 싶었을 텐데요."

    만복의 말에 손님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부드럽게 대답했다.

    "눈으로 보는 것보다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어르신은 이미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가장 아름답게 보고 계신 분입니다."

    그 말에 만복은 감동하여 눈물을 흘렸다. 그의 삶에서 이렇게 자신을 인정해주고 위로해주는 말은 처음이었다.

    "고맙습니다, 손님. 당신은 제 인생에서 만난 가장 따뜻한 사람입니다."

    손님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방 안의 공기가 따뜻하게 감싸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만복은 그날도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깊은 위로를 받았다.

    식사를 마치고 이야기를 나눈 후, 만복은 피곤함에 눈을 감았다. 잠이 들기 전 그는 항상 같은 말을 했다.

    "내일도 오시겠지요, 손님?"

    "네, 반드시 찾아오겠습니다. 편히 주무세요."

    그 말을 들으며 만복은 평화롭게 잠이 들었다. 그가 잠든 후, 방 안의 그림자가 천천히 움직였다. 달빛이 창문으로 스며들자, 그 그림자의 진짜 모습이 드러났다. 뿔이 난 도깨비였다. 도깨비는 만복이 잠든 모습을 한참 바라보다가, 자신의 도깨비방망이를 한번 두드렸다. 그러자 움막 안이 따뜻해졌고, 만복 위에는 따뜻한 이불이 덮였다.

    "편히 주무십시오, 은인."

    도깨비의 속삭임과 함께, 그는 연기처럼 사라졌다.

    ※ 마을 사람들이 만복을 미쳤다고 수군대며 관가에 신고하고, 역졸들이 만복을 체포하려는 장면

    이틀 후, 마을 사람들은 이상한 소문을 퍼트리기 시작했다. 장님 걸인 만복이 매일 밤 혼자 움막에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좋은 음식을 먹는다는 것이었다.

    마을 주막에 모인 사람들 사이에서 그 소문은 점점 커져갔다.

    "여러분, 들었소? 장님 만복이 매일 밤 혼자서 중얼거리며 밥을 먹는데, 그 음식이 어디서 났는지 아무도 모른다오."

    "그게 무슨 말이오? 거지가 어디서 좋은 음식을 구했겠소?"

    주막 주인 김씨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내 조카가 어젯밤에 만복이 움막 근처를 지나가다 봤다오. 분명히 혼자인데, 누구와 대화하는 소리가 들렸고, 고기 냄새까지 났다는구먼."

    이야기를 꺼낸 농부 박씨의 말에 주막 안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흉년이 들어 우리도 고기 구경 못한 지 몇 달인데, 장님 거지가 고기를 어떻게 구했다는 말이오?"

    "설마... 도둑질을 한 게 아니오?"

    의심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거지가 좋은 음식을 먹는다는 사실에 불만을 품었다.

    "아니, 그것보다 더 이상한 건 혼자 있으면서 누구와 대화한다는 거요. 귀신이라도 부리는 게 아닐까?"

    늙은 노파의 말에 주막 안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조선 시대에 귀신이나 요괴를 부린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혐의였다.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소. 요즘 만복이가 혼자 있으면서도 웃고, 누군가와 대화하는 모습을 몇 번 봤소."

    "이거 큰일이오. 관가에 알려야 하지 않겠소? 요괴를 부리는 자가 마을에 있다면 우리 모두가 위험할 수 있소!"

    마을 사람들의 공포와 의심은 순식간에 번져나갔다. 그들은 만복이 요괴나 귀신을 부려 음식을 얻고 있다고 확신했다.

    다음 날 아침, 관아의 포졸들이 만복의 움막으로 향했다. 그들은 마을 사람들의 신고를 받고 요괴를 부리는 죄인을 체포하러 온 것이었다.

    만복은 평소처럼 고목나무 아래에서 구걸하고 있었다. 그는 포졸들의 발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다.

    "누구십니까?"

    "만복이라는 자가 네냐?"

    "네, 제가 만복입니다만...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만복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다. 포졸들의 목소리에는 차가움이 묻어 있었다.

    "네가 매일 밤 요괴를 부려 음식을 얻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우리는 너를 체포하러 왔다!"

    만복은 깜짝 놀라 일어섰다. 그의 얼굴에 당혹감이 가득했다.

    "요괴라니요? 그런 것이 아닙니다. 제게는 친구가 있어 매일 밤 음식을 가져다주는 것뿐입니다."

    "친구? 너같은 장님 거지에게 무슨 친구가 있다는 것이냐? 거짓말 마라!"

    포졸 중 하나가 만복의 멱살을 잡았다. 만복은 공포에 떨며 해명하려 했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제발 믿어주십시오. 제 친구는 좋은 분입니다. 그는 단지 저를 도와주는 것뿐입니다."

    "그 '친구'라는 자의 정체가 무엇이냐? 왜 아무도 본 적이 없는 것이냐?"

    만복은 말문이 막혔다. 그도 자신의 밤 손님의 정체를 정확히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 저도 잘 모릅니다. 하지만 악한 존재가 아닙니다. 제발 믿어주십시오."

    포졸들은 만복의 말을 코웃음치며 그를 끌고 가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은 그 광경을 멀리서 지켜보며 수군거렸다.

    "과연 요괴를 부리는 자였군."

    "불쌍한 장님이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무서운 자였네."

    만복은 절망적인 상황에서 하늘을 향해 외쳤다.

    "손님, 도와주세요! 제발 진실을 알려주세요!"

    그 순간,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졌고, 이상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과 포졸들은 공포에 질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게 무슨 일이지?"

    바람이 점점 강해지면서, 나무들이 휘청거렸다. 그리고 만복의 앞에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한 형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 위기에 처한 만복을 구하기 위해 도깨비가 정체를 드러내는 순간과 마을 사람들의 충격

    마을 사람들과 포졸들이 보는 앞에서 연기가 소용돌이치며 한 형체가 나타났다. 붉은 빛을 띤 얼굴에 뿔이 난 키 큰 존재, 바로 도깨비였다. 그의 손에는 도깨비방망이가 들려 있었고, 눈에서는 불꽃이 일렁였다.

    "감히 내 은인에게 손을 대는 자가 누구냐!"

    도깨비의 우렁찬 목소리에 마을 사람들과 포졸들은 공포에 질려 뒷걸음질 쳤다. 만복 역시 놀라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손... 손님? 그대가 정말 도깨비인가요?"

    만복의 물음에 도깨비는 진정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렇소, 만복 어르신. 제가 3년간 찾아뵙던 그 손님이오. 이제 더 이상 숨길 이유가 없어 진짜 모습을 드러냈소."

    포졸들은 겁에 질려 떨고 있었지만, 그중 우두머리가 칼을 빼들며 외쳤다.

    "요괴다! 모두 물러나라! 나라의 이름으로 너를 잡겠다!"

    도깨비는 코웃음을 치며 방망이를 한번 두드렸다. 그러자 포졸의 칼이 순식간에 꽃으로 변했다. 마을 사람들은 경악했고, 포졸들은 더욱 공포에 질렸다.

    "나는 이 어르신을 해치려는 것이 아니오. 그저 은혜를 갚고 있을 뿐이오."

    도깨비의 말에 만복이 놀라 물었다.

    "은혜라니요? 제가 언제 도깨비님께 은혜를 베풀었단 말입니까?"

    도깨비는 만복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 순간 만복의 머릿속에 30년 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30년 전, 당신이 아직 눈이 보였을 때 기억하시오? 깊은 산속에서 상처 입은 여우를 구해준 적이 있지요."

    만복은 서서히 기억을 더듬었다. 그가 젊었을 때, 사냥꾼들에게 쫓기던 늙은 여우를 숨겨준 일이 있었다. 그 여우의 눈빛이 인간처럼 영특했었다.

    "그... 그 여우가 당신과 무슨 관계가...?"

    "그 여우는 내 어머니였소. 천 년을 산 여우가 도깨비로 변하려던 참이었는데, 당신이 목숨을 구해주셨지요. 어머니는 결국 도깨비가 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지만, 임종 직전 나에게 당신의 은혜를 갚으라는 유언을 남기셨소."

    마을 사람들은 도깨비와 만복의 대화를 듣고 점점 경악했다. 포졸들도 이제는 두려움보다 호기심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왜 제가 장님이 된 후에야 찾아오셨나요? 그전에는..."

    도깨비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도깨비법에 따르면 은혜를 갚을 때는 은인이 가장 어려울 때 나타나야 하오. 당신이 눈이 멀고 거지가 되어 가장 힘들 때를 기다렸던 것이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도깨비는 인간 세상에 쉽게 모습을 드러낼 수 없소. 당신이 장님이 되어서야 비로소 정체를 숨긴 채 찾아갈 수 있었소."

    만복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것은 슬픔의 눈물이 아니라, 감동의 눈물이었다.

    "30년 전 작은 선행이 이렇게 돌아올 줄이야... 정말 감사합니다, 도깨비님."

    도깨비는 만복의 손을 잡고 마을 사람들을 향해 돌아섰다. 그의 눈빛은 이제 분노보다 슬픔이 더 컸다.

    "보시오, 여러분. 이 어르신은 30년 전 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았소. 그런데 여러분은 어떻소? 그저 굶주린 장님이라고 외면하고, 심지어 요괴를 부린다며 해코지하려 했소. 진정한 요괴는 누구요? 인간의 모습을 한 여러분인지, 아니면 도깨비 모습의 나인지?"

    도깨비의 말에 마을 사람들은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였다. 포졸들도 이제는 칼을 내려놓고 움직이지 않았다.

    "이 어르신과 나는 이제 이곳을 떠나려 하오. 더 이상 여러분의 냉대를 받으며 살 이유가 없소. 하지만 기억하시오. 세상에는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선행과 악행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도깨비의 말이 끝나자, 갑자기 강한 바람이 불었다. 마을 사람들이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을 때, 도깨비와 만복은 이미 사라진 후였다.

    ※ 도깨비와 만복이 함께 마을을 떠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장면

    도깨비의 방망이 덕분에 만복과 도깨비는 순식간에 깊은 산속 작은 오두막으로 이동했다. 그곳은 도깨비가 오랫동안 준비해온 은신처였다. 나무로 지은 아담한 집이었지만, 안은 놀랍도록 아늑하고 따뜻했다.

    "여기가... 어디인가요?"

    만복은 주변을 더듬으며 물었다. 도깨비는 그를 방 안으로 안내했다.

    "이제부터 우리가 살 곳이오.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산속이라 아무도 우리를 찾지 못할 것이오."

    도깨비의 말에 만복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의 표정에는 여전히 걱정이 서려 있었다.

    "도깨비님, 정말 감사합니다만... 저 같은 장님은 산속에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게다가 도깨비님께 계속 부담을 드리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도깨비는 만복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작은 병을 꺼내 만복의 손에 쥐여주었다.

    "어르신, 이것은 천 년 묵은 산삼으로 만든 약이오. 이것을 마시면... 당신의 눈이 다시 보일 것이오."

    만복은 깜짝 놀라 병을 쥔 손이 떨렸다.

    "정... 정말인가요? 제가 다시 볼 수 있다니..."

    "네, 어르신께서 저에게 베푸신 은혜에 비하면 작은 보답이지만, 이것이 제가 드릴 수 있는 선물이오."

    만복은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 그는 조심스럽게 병 뚜껑을 열고 약을 마셨다. 약은 쓴맛이 강했지만, 만복은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다 마셨다.

    잠시 후,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20년간 어둠 속에 있던 만복의 눈에 빛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흐릿한 형체만 보였지만, 점점 선명해졌다. 그리고 마침내, 만복은 눈앞에 있는 도깨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보... 보입니다! 정말 보여요!"

    만복은 흥분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오랜만에 보는 세상은 그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리고 그의 시선이 도깨비에게 고정되었다.

    "당신이... 도깨비님이시군요."

    도깨비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붉은 얼굴에 뿔이 난 그의 모습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모습이었지만, 만복의 눈에는 그저 고마운 친구로 보일 뿐이었다.

    "제 모습이 무섭지 않으신가요?"

    "무서울 리가요! 당신은 제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존재입니다."

    만복의 진심 어린 말에 도깨비의 눈에도 눈물이 맺혔다.

    "앞으로 우리는 여기서 함께 살아갈 것이오. 제가 산에서 약초를 캐고 사냥을 하면, 어르신은 집을 지키고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 어떨까요? 물론 어르신이 원하신다면 마을로 돌아가실 수도 있소."

    만복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저는 도깨비님과 함께 여기서 살고 싶습니다. 세상 사람들의 냉대보다, 진정한 친구와 함께하는 삶이 더 값지니까요."

    그렇게 두 사람은 산속 오두막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도깨비는 날마다 산에서 약초와 식량을 구해왔고, 만복은 시력을 되찾은 기쁨으로 집안일을 도맡아 했다. 그들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평화로운 나날을 보냈다.

    시간이 흘러 소문이 퍼졌다. 깊은 산속에 눈이 밝은 노인과 도깨비가 살고 있다는 이야기, 그리고 그들이 병든 사람들을 치료해준다는 소문이었다. 처음에는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찾아오기 시작했다.

    만복과 도깨비는 찾아오는 사람들을 냉대하지 않고 따뜻하게 맞이했다. 도깨비가 구해오는 약초로 만든 약은 많은 병자들을 치료했고, 만복의 지혜로운 조언은 마음의 병을 앓는 이들에게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항상 같은 말을 전했다.

    "세상에는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작은 선행이 언젠가 큰 행복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장님 걸인과 도깨비의 이야기, 세상에 숨겨진 선인들의 진정한 모습이었다.

    유튜브 엔딩멘트

    여러분, 지금까지 '장님 걸인을 돕는 도깨비 - 세상에 숨은 선인들'을 들어주셨습니다.
    장님 걸인 만복과 도깨비의 이야기는 어떠셨나요?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몇 가지 중요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첫째, 작은 선행이 언젠가 큰 행복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
    만복이 젊었을 때 여우 한 마리를 구해준 작은 행동이 나중에 그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았습니다.

    둘째, 진정한 친구는 외모나 지위가 아닌 마음으로 알아본다는 것.
    만복은 도깨비의 정체를 알지 못했지만, 그의 따뜻한 마음을 느끼고 친구로 대했습니다.
    도깨비 역시 장님 거지였던 만복을 진심으로 존중했고요.

    셋째, 세상에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숨은 선인들이 많다는 것.
    때로는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모습 속에 가장 따뜻한 마음이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와 나무꾼의 진짜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의 숨겨진 진실, 그리고 그 뒤에 숨겨진 500년의 비밀까지.
    선녀는 왜 나무꾼의 옷을 훔쳤는지, 나무꾼은 정말 선녀의 날개옷을 숨긴 것인지, 그 진실이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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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오늘 여러분도 작은 선행 하나 베풀어 보시는 건 어떨까요?
    누가 알겠습니까, 어쩌면 여러분의 작은 친절이 언젠가 도깨비의 도움으로 돌아올지도 모르니까요.
    여러분의 하루가 따뜻한 이야기로 가득하길 바랍니다. 다음 편에서 다시 만나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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