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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장승과 친구된 도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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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중기, 황해도의 한 작은 마을 '소나무골'. 마을 입구의 장승은 수백 년간 홀로 마을을 지켜왔지만, 그 누구도 그의 외로움을 알지 못했다. 어느 겨울밤, 설산에서 쫓겨난 어린 도깨비가 우연히 장승 곁에 머물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마을을 지키는 장승과 장난기 많은 도깨비 사이에 피어나는 기묘한 우정. 서로 다른 두 존재가 나누는 따뜻한 정과 이에 맞서는 마을의 오해와 편견. 장승과 도깨비의 우정은 과연 지켜질 수 있을까?
후킹멘트
"너는 왜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니? 다른 도깨비들과는 다른 것 같은데."
"나도 몰라. 그저... 외롭고 친구가 필요했을 뿐이야."
누구에게나 친구는 필요합니다. 심지어 마을을 지키는 장승과 산에서 쫓겨난 어린 도깨비에게도. 수백 년간 홀로 서 있던 장승과 무리에서 버려진 도깨비가 나누는 따뜻한 대화, 그리고 이들을 갈라놓으려는 마을 사람들의 오해와 편견. 금기를 넘어선 두 존재의 우정이 어떻게 마을 전체의 운명을 바꾸게 될지, 그 감동적인 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 외로운 파수꾼, 마을을 지키는 장승과 그의 고독한 일상
조선 중기, 황해도 깊은 산자락에 자리한 소나무골. 사계절 내내 소나무 향기가 가득한 이 마을의 입구에는 키 큰 장승 하나가 서 있었다. 소나무를 깎아 만든 이 장승은 마을의 수호신으로, 3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결같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겨울의 시작, 첫 눈이 내리던 날이었다. 하얀 눈송이가 장승의 나무 얼굴과 어깨 위에 소복이 쌓였다. 장승은 말이 없었지만, 그의 눈은 살아있는 듯 마을을 바라보고 있었다.
"장승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학교에서 돌아오는 어린 소년 돌이가 장승 앞에 서서 공손히 인사를 했다. 마을 아이들은 장승을 '할아버지'라 부르며 지날 때마다 인사를 드리는 것이 습관이었다.
"오늘은 학교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배웠어요. 나중에 또 와서 들려드릴게요!"
돌이가 뛰어가자, 장승은 다시 홀로 남았다. 만약 누군가 이 순간 장승을 유심히 바라봤다면, 그의 나무 눈에서 희미한 빛이 반짝이는 것을 보았을지도 모른다.
'300년이 지났구나...'
바람이 불자 장승 주변의 낙엽들이 춤을 추었다. 장승의 생각이 흘렀다.
'매일 똑같은 풍경, 똑같은 인사... 그래도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언제나 반갑지.'
장승은 말을 할 수 없었지만, 생각할 수는 있었다. 그리고 느낄 수도 있었다. 300년의 세월 동안 장승은 마을의 모든 것을 보았다. 가족들의 탄생과 죽음, 혼례와 장례, 기쁨과 슬픔... 그러나 어느 누구도 장승의 마음을 알지 못했다.
'사람들은 내가 그저 나무 토막이라고 생각하지. 인사를 하고 제사를 지내지만, 내 마음을 이해하는 이는 아무도 없어.'
밤이 깊어갔다. 달빛이 장승을 비추자, 그의 나무 얼굴이 더욱 선명해졌다. 거친 주름과 단단한 턱, 그리고 깊은 눈... 수백 년의 세월이 새겨진 얼굴이었다.
'또 한 해가 저물어가는구나. 눈이 내리면 마을은 더 조용해질 테지.'
장승의 생각이 이어졌다. 그때, 마을 어귀에서 불빛이 하나 다가왔다. 마을의 무당 금비였다. 그녀는 매년 겨울이 시작될 때 장승에게 특별한 제사를 지냈다.
"장승님, 겨울이 시작됐습니다. 올해도 우리 마을을 지켜주심에 감사드립니다."
금비는 장승 앞에 작은 상을 차렸다. 쌀밥 한 그릇과 술 한 잔, 그리고 작은 등불을 올렸다.
"올겨울도 부디 우리 마을을 악귀와 질병으로부터 지켜주십시오."
금비는 절을 세 번 올리고 물러났다. 장승은 그녀가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고맙다, 금비야. 너라도 내 존재를 기억해주는구나.'
밤이 더 깊어갔다. 마을은 잠에 빠져들었고, 오직 장승만이 깨어 있었다. 눈은 계속해서 내렸고, 그의 어깨 위에는 하얀 눈이 소복하게 쌓였다.
'또 다른 밤이 시작되는구나. 또 다른 외로운 밤...'
갑자기 먼 산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에는 희미한 바람 소리 같았지만, 점점 가까워질수록 그것은 분명한 울음소리였다. 장승의 나무 눈이 그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누구지? 이런 밤에...'
울음소리는 점점 가까워졌고, 마침내 장승 앞에 작은 형체가 나타났다. 그것은 놀랍게도 어린 도깨비였다. 키는 아이만큼 작았고, 머리에는 작은 뿔이 돋아있었다. 그의 붉은 피부는 눈 속에서 더욱 선명하게 빛났다.
어린 도깨비는 울음을 그치고 장승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눈에는 두려움과 함께 호기심이 가득했다.
※ 어린 도깨비의 등장, 무리에서 쫓겨난 도깨비와 장승의 첫 만남
"누... 누구세요?"
어린 도깨비의 떨리는 목소리가 밤공기를 가르며 장승에게 닿았다. 장승은 놀랐다. 300년 동안 누구도 그에게 말을 건 적이 없었다. 인사를 하거나 기도를 올리는 것은 있었지만, 대화를 시도한 적은 없었다.
'나에게 말을 거는 건가?'
장승은 대답할 수 없었다. 그는 나무였고, 목소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의 나무 눈에서 희미한 빛이 번쩍였다.
어린 도깨비는 장승의 반응에 용기를 얻은 듯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내 이름은 도루야. 설산 도깨비 무리에서 쫓겨났어. 내가... 여기 있어도 괜찮을까?"
장승은 여전히 대답할 수 없었지만, 그의 눈빛이 부드러워졌다. 도루는 그것을 허락으로 받아들이고 장승 옆에 앉았다.
"넌 말을 못 하는구나. 하지만 듣고 있는 것 같아." 도루가 말을 이었다. "나는 다른 도깨비들과 달라서 쫓겨났어. 사람들을 해치는 걸 좋아하지 않거든. 그래서 형들이 나를 약하다고 놀렸어."
눈이 계속해서 내렸고, 도루의 머리와 어깨 위에도 눈이 쌓였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눈을 털어냈다.
"추워... 여기서 잠깐만 쉬었다 갈게. 괜찮지?"
장승의 눈에서 다시 한 번 빛이 번쩍였다. 도루는 그것을 보고 미소지었다.
"고마워. 넌 착한 것 같아. 너도 외롭구나. 네 눈빛에서 알 수 있어."
도루는 장승 근처에 쪼그려 앉아 작은 손으로 불을 피웠다. 도깨비의 불은 푸르스름한 빛을 내며 주변을 따뜻하게 데웠다.
"이 불은 특별해.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아. 하지만 우리를 따뜻하게 해줄 거야."
장승은 처음으로 따뜻함을 느꼈다. 300년의 세월 동안 그는 비와 눈, 바람을 견뎌왔지만, 이렇게 따뜻한 느낌은 처음이었다.
'따뜻하구나... 이런 느낌은 처음이야.'
도루는 작은 보따리에서 음식을 꺼내어 먹기 시작했다. 그것은 말린 열매와 뿌리였다.
"배고프지 않아? 아, 넌 먹지 않구나. 미안해."
도루가 열매를 다 먹고 나서 입을 닦았다. 그리고는 몸을 웅크리고 장승에게 기대앉았다.
"이야기 좀 들려줄게. 심심할 테니까."
도루는 자신이 살던 설산의 이야기, 도깨비 무리의 이야기, 그리고 자신이 쫓겨난 이유를 상세히 들려주었다. 장승은 처음으로 바깥 세상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나는 장난치는 건 좋아하지만, 사람들을 해치는 건 싫어. 도깨비 형들은 사람들을 속이고 해치는 걸 좋아하는데, 나는 그게 슬퍼. 그래서 형들이 나보고 '인간 같다'며 놀렸어."
밤이 깊어갔지만, 도루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장승은 모든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었다. 그의 눈빛은 점점 더 생기 있게 변했다.
"넌 이 마을을 지키는 거지? 대단하다! 얼마나 오래 여기 있었어?"
장승의 눈빛이 깊어졌다.
"아, 말 못 하는구나, 미안해." 도루가 고개를 갸웃했다. "음... 내가 방법을 찾아볼게."
도루는 자신의 작은 주머니에서 붉은색 가루를 꺼내 불 위에 뿌렸다. 푸른 불꽃이 붉게 변하더니 더 밝게 타올랐다.
"이건 도깨비 주문이야. 네 생각을 들을 수 있게 해줄 거야. 어떡하지? 시도해볼까?"
장승은 망설였지만, 오랜 세월 동안 처음으로 누군가와 대화할 수 있다는 생각에 눈빛으로 동의를 표했다.
도루는 붉은 가루를 장승의 이마에 살짝 발랐다. 그러자 놀랍게도 장승의 생각이 도루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들리니? 내 생각이 들리니?'
도루의 눈이 커졌다. "와! 정말 들려! 네 목소리는 정말 깊고 듬직해!"
'3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처음으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구나.'
"300년? 정말 오래됐구나! 나는 겨우 열 살인데."
'열 살 도깨비라... 처음 보는 존재구나. 이 마을에는 도깨비가 거의 오지 않았어.'
"그럴 수 있어. 도깨비들은 보통 장승이 있는 마을을 피하거든. 장승이 도깨비를 쫓아낸다고 믿거든."
'그렇구나. 하지만 난 그런 적 없어. 그저 여기 서 있었을 뿐이야.'
도루는 장승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앉았다. 이제 그의 눈에는 두려움 대신 친근함이 가득했다.
"우린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나도 너처럼 외로워. 함께 있으면 덜 외롭지 않을까?"
장승의 나무 입술이 살짝 움직이는 듯했다. 300년 만에 처음으로 미소를 짓는 것 같았다.
'그래, 도루야. 우리 친구가 되자.'
※ 금기의 우정, 밤마다 이어지는 장승과 도깨비의 대화와 교감
첫 만남 이후, 도루는 매일 밤 장승을 찾아왔다. 낮에는 마을 근처 숲속에 숨어 지내다가, 해가 지고 마을 사람들이 잠들면 장승 곁으로 돌아왔다. 그들의 우정은 밤마다 깊어갔다.
눈이 그친 맑은 겨울밤, 도루는 평소보다 일찍 장승을 찾아왔다.
"오늘은 별이 정말 많아! 봐봐, 저 밝은 별은 북극성이야. 도깨비 형들이 가르쳐줬어."
도루가 하늘을 가리키자, 장승의 나무 눈도 그 방향을 바라보았다.
'별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지만, 너와 함께 보니 더 아름답구나.'
도루는 장승의 생각을 듣고 활짝 웃었다. 도깨비 주문 덕분에 그들은 이제 마음을 나눌 수 있었다.
"나도 그래! 혼자 있을 땐 무서웠는데, 이제는 안 무서워."
도루는 작은 보따리를 풀어 장승 앞에 펼쳤다. 그 안에는 다양한 물건들이 들어있었다.
"오늘은 내 보물들을 보여줄게. 이건 설산에서 주워온 수정이야. 달빛을 받으면 무지개가 생겨."
도루가 수정을 달빛에 비추자, 정말로 작은 무지개가 그 안에 피어났다.
"그리고 이건... 마을에서 주워왔어."
도루는 조심스럽게 종이 한 장을 꺼냈다. 그것은 마을 아이가 그린 그림이었다.
"이 그림이 마음에 들어서 가져왔어. 안 돼?"
'도루야, 사람들의 물건을 가져오면 안 돼. 그들이 슬퍼할 거야.'
도루의 얼굴이 풀이 죽었다. "미안해. 돌려놓을게."
'그래, 그게 좋겠구나. 네가 그런 마음을 갖고 있어서 기쁘다.'
도루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사람들을 해치고 싶지 않아. 그래서 도깨비 형들과 달랐던 거야."
'넌 특별한 도깨비구나, 도루야.'
그들의 대화는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장승은 300년 동안 본 마을의 역사를, 도루는 설산에서의 모험을 이야기했다. 두 외로운 영혼의 우정은 밤하늘의 별처럼 빛났다.
"장승 아저씨, 궁금한 게 있어. 넌 마을 사람들이 기도하면 들어주니?"
'내가 들어줄 수 있는 것은 아주 작은 것들뿐이야.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작은 재앙을 막아주는 정도지.'
"그럼 난 뭘 할 수 있을까? 나도 도와주고 싶어."
장승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도루야, 도깨비는 특별한 힘이 있어. 자연의 기운을 다룰 수 있지. 네가 그 힘을 선하게 쓴다면, 많은 도움이 될 거야.'
도루의 눈이 반짝였다. "정말? 내가 도울 수 있어?"
그때, 갑작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먼 곳에서 마을 개가 짖기 시작했다.
"누가 오나 봐. 숨어야겠어!"
도루는 재빨리 장승 뒤로 몸을 숨겼다. 잠시 후, 횃불을 든 사내가 마을 입구에 나타났다. 마을의 사냥꾼 영길이었다.
"이상하네. 분명히 여기서 목소리가 들렸는데..."
영길은 장승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의 눈이 날카롭게 주변을 살폈다.
"장승님, 마을을 지켜주십시오. 요즘 밤마다 이상한 기운이 느껴져서요."
영길은 장승 앞에 간단히 절을 올리고 떠났다. 그가 사라지자 도루가 조심스럽게 나왔다.
"위험했어. 사람들이 알면 날 쫓아낼 거야."
'조심해야 해, 도루야. 사람들은 도깨비를 두려워해. 특히 영길은 사냥꾼이라 감각이 예민해.'
도루는 불안한 표정으로 장승을 바라보았다. "우리... 계속 친구로 있을 수 있을까?"
'물론이지. 하지만 더 조심해야 해. 앞으로는 마을에 너무 가까이 가지 마.'
도루는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할게. 하지만 난 매일 밤 너를 보러 올 거야."
그날 밤 이후, 도루는 더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그는 마을 근처에는 가지 않았고, 장승을 만날 때도 주변을 잘 살폈다. 하지만 그들의 우정은 더욱 깊어갔다.
※ 마을의 의심, 장승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현상과 마을 사람들의 오해
겨울이 깊어가면서 마을에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밤마다 장승 주변에서 이상한 빛과 소리가 난다는 것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귀신이 나타났다고 했고, 또 어떤 사람들은 장승이 살아났다고 했다.
마을 회관에 사람들이 모였다. 마을 이장 박 서방이 회의를 주재했다.
"요즘 마을 입구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영길이가 직접 본 것이 있다지요?"
사냥꾼 영길이 앞으로 나섰다. "네, 이장님. 며칠 전 밤에 사냥을 나갔다가 장승 앞에서 이상한 빛을 보았습니다. 푸른 불빛이었는데, 도깨비불 같았습니다."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술렁임이 일었다.
"도깨비라고요?"
"마을에 재앙이 닥치는 거 아닙니까?"
무당 금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정하십시오. 제가 장승님께 여쭤보겠습니다. 오늘 밤 제사를 지내고 알아보겠습니다."
이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금비의 말을 듣고 다시 모이겠습니다. 그때까지 아이들은 해 질 무렵엔 집에 있도록 하십시오."
그날 밤, 금비는 장승 앞에서 특별한 제사를 지냈다. 그녀는 붉은 천을 두르고 징과 북을 치며 신령을 불렀다.
"장승님,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이시여,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까? 도깨비가 나타났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장승은 말이 없었다. 그는 금비의 제사를 지켜볼 뿐이었다. 그때, 숲속에서 작은 소리가 들렸다. 도루였다. 그는 멀리서 금비의 제사를 보고 있었다.
금비는 예민한 감각으로 그 기척을 느꼈다. "누구십니까? 거기 숨어계신 분!"
도루는 놀라서 뒤로 물러났고, 그 과정에서 작은 나뭇가지를 밟아 소리를 냈다.
"나오십시오! 지금 당장!"
금비가 손에 든 방울을 흔들자, 주변이 밝게 빛났다. 도루는 재빨리 숲 속 깊은 곳으로 도망쳤다.
금비는 확신에 찬 표정으로 장승을 바라보았다. "역시 그런 거였군요. 도깨비가 우리 마을을 노리고 있습니다."
이 사건 이후, 마을은 더욱 긴장했다. 이장은 마을 회관에 다시 사람들을 모았다.
"금비의 말로는 확실히 도깨비가 마을 주변을 맴돌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는 이에 대비해야 합니다."
영길이 앞으로 나섰다. "제가 도깨비를 잡겠습니다. 제 할아버지께서 도깨비 사냥법을 가르쳐주셨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영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장이 결정을 내렸다.
"좋습니다. 영길이와 몇몇 젊은이들이 밤마다 마을 입구를 지키고, 도깨비가 나타나면 잡으십시오."
그날 밤, 도루는 평소보다 늦게 장승을 찾았다. 그는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며 다가왔다.
"장승 아저씨, 오늘 마을 사람들이 나를 찾았어. 난 도망쳤어."
'들었다, 도루야. 상황이 위험해지고 있어. 마을 사람들이 너를 잡으려고 해.'
도루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난 아무 나쁜 짓도 안 했는데... 그저 너랑 친구가 되고 싶었을 뿐인데..."
'알아, 도루야. 하지만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해. 그들에게 도깨비는 항상 두려움의 대상이었으니까.'
"어떡하면 좋을까? 이제 너를 만날 수 없는 걸까?"
장승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는 도루를 지키고 싶었지만, 마을 사람들도 이해했다.
'당분간은 멀리 있는 게 좋겠다. 마을 사람들의 경계가 풀릴 때까지.'
도루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난 너랑 떨어지기 싫어. 너는 내 유일한 친구야."
그때, 갑자기 횃불 빛이 보였다. 영길과 마을 젊은이들이 장승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빨리 숨어, 도루야! 그들이 와!"
도루는 재빨리 숲으로 도망쳤다. 장승은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돌아가 마을 입구를 지켰다.
영길이 장승 앞에 도착했다. "오늘 밤도 지켜보겠습니다, 장승님. 도깨비가 나타나면 꼭 잡겠습니다."
장승은 말없이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의 나무 눈 속에는 슬픔이 깃들어 있었지만, 누구도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며칠 동안 도루는 나타나지 않았다. 장승은 그를 걱정하며 밤마다 기다렸지만, 마을 사람들의 경계가 계속되어 도루는 오지 못했다. 장승의 외로움은 다시 깊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마을에 갑작스러운 폭설이 내렸다.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영길과 젊은이들은 경계를 풀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날 밤, 도루가 조심스럽게 장승을 찾아왔다.
"장승 아저씨, 보고 싶었어..."
'도루야! 다행이구나. 어디 있었니?'
"숲 속 깊은 곳에 숨어 있었어. 매일 밤 너를 보러 오고 싶었는데, 사람들이 계속 있어서..."
'이해해, 도루야. 나도 너를 많이 걱정했단다.'
도루는 장승에게 다가가 작은 손으로 그의 나무 표면을 쓰다듬었다. "우리 어떻게 해야 할까? 난 이대로 숨어 지내기 싫어."
'나도 그래, 도루야. 하지만 지금은 위험해.'
그들의 대화는 깊어졌고, 밤은 점점 더 깊어갔다. 눈은 계속해서 내렸고, 마을은 하얀 눈으로 뒤덮였다.
※ 시련과 이별, 도깨비 사냥꾼의 등장과 우정에 닥친 위기
겨울은 더욱 깊어갔고, 마을은 기록적인 폭설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집들은 눈에 파묻혔고, 식량도 부족해지기 시작했다. 마을 회관에 다시 모인 사람들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이렇게 눈이 많이 내린 건 30년만의 일입니다." 이장이 말했다. "식량이 떨어져가고, 땔감도 부족합니다. 이대로라면 남은 겨울을 버티기 힘들 것 같습니다."
무당 금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건 분명 도깨비의 장난입니다. 마을에 도깨비가 나타난 후부터 이런 재앙이 시작됐습니다."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불안한 소리가 들렸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습니다." 이장이 결정을 내렸다. "도깨비 사냥꾼을 불러야겠습니다."
다음 날, 마을에 도깨비 사냥꾼이 도착했다. 그는 검은 옷을 입고, 등에는 이상한 장비를 메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호걸이었다.
"들었소. 이 마을에 도깨비가 나타났다고." 호걸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마을 입구 장승 근처에서 자주 목격됩니다."
호걸은 눈을 가늘게 뜨고 주변을 살폈다. "내가 잡아주지. 내 모르는 도깨비는 없으니까."
그날 밤, 호걸은 장승 근처에 숨어 도깨비를 기다렸다. 그의 손에는 특별한 쇠사슬이 들려있었다. 도깨비를 묶을 수 있는 마법 쇠사슬이었다.
눈이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장승은 평소와 다름없이 서 있었지만, 그의 마음은 불안했다. 그는 도루가 오지 않기를 바랐다.
'오늘은 오지 마라, 도루야. 위험하다.'
하지만 장승의 바람과 달리, 도루는 그날 밤 장승을 찾아왔다. 그는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며 다가왔다.
"장승 아저씨, 보고 싶었어. 마을 상황이 어때? 눈이 너무 많이 내리고 있어..."
그 순간, 호걸이 숨어있던 곳에서 튀어나왔다.
"잡았다! 여기 있었군, 도깨비 녀석!"
도루는 놀라서 뒤로 물러났다. "누, 누구세요?"
"나는 도깨비 사냥꾼이다. 네가 이 마을을 괴롭히고 있지?"
도루는 공포에 질려 몸을 떨었다. "아니에요! 전 아무 짓도 안 했어요!"
호걸은 쇠사슬을 휘두르며 도루에게 다가왔다. "모든 도깨비는 거짓말쟁이지. 네가 이 폭설을 내리게 했지?"
"아니에요! 정말이에요!"
호걸은 도루를 향해 쇠사슬을 던졌다. 도루는 간신히 피했지만, 다리에 상처를 입었다.
"도망쳐, 도루야!" 장승이 몸부림쳤지만, 그는 그 자리를 떠날 수 없었다.
도루는 절뚝거리며 달아났다. 호걸은 그를 쫓아갔고, 마을 사람들도 호걸의 외침을 듣고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장승은 절망적인 심정으로 그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300년 동안 그는 한 번도 자신의 자리를 떠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처음으로 움직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도루를 구해야 해. 하지만 어떻게...?'
그때, 뜻밖의 인물이 장승 앞에 나타났다. 어린 소년 돌이였다.
"장승 할아버지, 무슨 일이에요? 왜 슬퍼 보이세요?"
장승은 놀랐다. 돌이가 자신의 감정을 읽은 것 같았다.
'돌이야, 네가 내 마음을 들을 수 있니?'
돌이는 눈을 크게 떴다. "네? 방금... 제가 장승 할아버지 목소리를 들은 것 같아요!"
'돌이야, 부탁이 있단다. 내 친구가 위험해. 도와줄 수 있겠니?'
"친구요? 누구세요?"
'도깨비 도루야. 하지만 그는 나쁜 도깨비가 아니란다. 그는 내 친구야.'
돌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어떻게 하면 되죠?"
※ 진정한 수호자들, 마을을 위협하는 재앙과 장승과 도깨비의 희생
돌이는 재빨리 호걸과 마을 사람들이 간 방향으로 달려갔다. 그는 숲 속에서 도루를 찾았다. 도루는 다리를 다쳐 나무 뒤에 숨어 떨고 있었다.
"너... 도루 맞지?" 돌이가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도루는 놀라서 뒤로 물러났다. "어떻게 내 이름을 알아?"
"장승 할아버지가 알려줬어. 너 정말 나쁜 도깨비 아니지?"
도루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아니야, 난 그냥 장승 아저씨랑 친구가 되고 싶었을 뿐이야."
돌이는 손을 내밀었다. "나도 네 친구가 될게. 어서, 여기서 나가자. 사냥꾼이 곧 올 거야."
그들은 함께 숲 속 깊은 곳으로 이동했다. 그곳에는 작은 동굴이 있었고, 두 사람은 그 안에 숨었다.
"여기 있으면 안전할 거야. 근데 네가 이 폭설을 내린 거 아니지?" 돌이가 물었다.
도루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나는 그런 힘이 없어. 이건... 다른 도깨비들의 짓일 거야."
"다른 도깨비들?"
"응, 날 쫓아낸 설산 도깨비들. 그들이 나를 찾아왔을지도 몰라. 그들은 내가 인간과 친해지는 걸 싫어했거든."
그때, 멀리서 큰 함성 소리가 들려왔다. 마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 같았다.
"무슨 일이지?" 돌이가 동굴 밖을 내다보았다.
하늘에 거대한 회오리가 생겼고, 그 속에서 여러 형체가 보였다. 도깨비들이었다. 그들은 마을을 향해 거대한 눈사태를 일으키고 있었다.
"저건... 설산 도깨비들이야!" 도루가 놀라서 외쳤다. "마을이 위험해!"
돌이는 결단력 있게 말했다. "우리가 도와야 해! 장승 할아버지도 혼자서는 막을 수 없을 거야."
그들은 서둘러 마을로 향했다. 마을에 도착하자, 끔찍한 광경이 펼쳐졌다. 거대한 눈사태가 마을을 향해 내려오고 있었고, 사람들은 공포에 질려 도망치고 있었다.
장승은 혼자 마을 입구에 서서 눈사태를 막으려 했지만, 그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장승 아저씨!" 도루가 달려가 외쳤다.
'도루야! 위험해! 이건 설산 도깨비들의 복수야!'
"알아요! 제가 도울게요!"
도루는 작은 몸을 떨며 앞으로 나섰다. 그는 주머니에서 빨간 가루를 꺼내 허공에 뿌렸다.
"내 형제들아, 그만해! 이 마을 사람들은 나쁜 사람들이 아니야!"
설산 도깨비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배신자! 네가 인간들과 친구가 되다니! 용서할 수 없어!"
그들은 더 큰 눈사태를 일으켰다. 도루는 작은 몸으로 최선을 다해 마법을 사용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때 돌이가 마을 사람들에게 외쳤다. "도루는 나쁜 도깨비가 아니에요! 그는 우리를 돕고 있어요! 우리도 도와야 해요!"
처음에는 사람들이 믿지 않았지만, 도루가 필사적으로 마을을 지키려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무당 금비가 앞으로 나섰다. "저 어린 도깨비가 맞다면, 우리도 도와야 합니다! 장승님과 함께!"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어 장승과 도루 주변으로 모였다. 금비는 제사에 쓰던 북을 치기 시작했고, 마을 사람들도 그녀를 따라 장승에게 기도를 올렸다.
장승의 몸에서 점점 빛이 나기 시작했다. 300년의 기도와 믿음이 하나로 모여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도루는 장승 앞에 서서 자신의 모든 힘을 쏟아부었다. "형들아, 제발 그만해! 우리는 모두 함께 살아갈 수 있어!"
설산 도깨비들은 망설였지만, 이내 더 강력한 공격을 준비했다. 그때, 장승이 300년 만에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만!"
그의 목소리는 천둥처럼 울려 퍼졌다. 모든 것이 멈췄다. 설산 도깨비들도, 마을 사람들도, 눈사태도 모두 멈췄다.
"이 마을은 내가 지킨다. 도루는 이 마을의 친구다. 그를 해치려면 먼저 나를 넘어야 할 것이다."
설산 도깨비들은 장승의 위엄에 압도되어 물러났다. "알았다. 하지만 도루는 더 이상 도깨비가 아니다. 그는 선택을 해야 한다."
장승과 도루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도루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난... 여기 남고 싶어요. 장승 아저씨와 돌이, 그리고 마을 사람들과 함께."
설산 도깨비의 리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네 도깨비의 힘을 포기해야 한다. 인간으로 살아가야 할 것이다."
도루는 잠시 생각하더니 용기를 내어 대답했다. "좋아요. 그렇게 할게요."
순간, 도루의 몸에서 붉은 빛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의 뿔이 사라지고, 피부는 인간의 살결로 변했다. 그는 평범한 아이의 모습으로 변했다.
설산 도깨비들은 그대로 사라졌고, 눈사태도 멈췄다. 마을은 구원받았다.
마을 사람들은 놀라움과 감사함으로 도루와 장승을 바라보았다. 이장이 앞으로 나섰다.
"우리가 잘못 생각했구나. 도깨비라고 해서 모두 나쁜 것은 아니었어."
도루는 이제 인간 아이가 되어 마을 사람들 사이에 서 있었다. 장승은 다시 묵묵한 모습으로 돌아갔지만, 그의 나무 입가에는 미소가 새겨져 있었다.
돌이가 도루에게 다가갔다. "이제 내 친구가 될래? 우리 집에서 같이 살자!"
도루는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을 사람들도 그를 받아들였다.
그날 이후, 마을에는 특별한 이야기가 전해 내려왔다. 마을을 지키는 장승과 그의 친구였던 착한 도깨비의 이야기. 그리고 매년 겨울이 오면, 사람들은 장승 앞에서 도루를 위한 특별한 제사를 올렸다.
장승은 여전히 마을 입구에 서 있지만, 이제 그는 더 이상 외롭지 않았다. 매일 도루가 그를 찾아와 인사를 하고, 마을 소식을 전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끔, 아주 고요한 밤에는 장승과 도루가 나누는 속삭임이 들린다고 한다. 300년의 외로움을 끝내고, 진정한 우정을 찾은 장승의 행복한 목소리가.
유튜브 엔딩멘트
여러분, 오늘 들려드린 '마을의 장승과 친구된 도깨비' 이야기는 어떠셨나요? 외로운 수호신과 버림받은 어린 도깨비의 특별한 우정을 통해, 진정한 용기와 희생, 그리고 편견을 넘어선 이해의 가치를 느끼셨기를 바랍니다.
우리 주변에는 겉모습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많은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때로는 가장 의외의 존재가 우리 삶에 큰 의미를 가져다 주기도 하지요. 장승과 도깨비처럼, 서로 다른 세계의 존재들도 마음을 열면 깊은 우정을 나눌 수 있습니다.
다음 이야기 '400년 전 기록된 도깨비 실화, 처음 공개'에서는 조선시대 실제 문헌에 남겨진 놀라운 도깨비 이야기를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구독과 좋아요로 응원해 주시면 더 다양한 전통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여러분의 댓글도 기다리고 있을게요!